김양현의 건강칼럼

제공=이미지투데이.
제공=이미지투데이.

 

꼭 어딘가 아픈 건 아니지만, 소화가 잘 안 되어서 병원에 오는 분들이 많다. 이런 증상으로 호소하는 환자는 보통 1차 의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5% 정도를 차지한다. 대부분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서 병원에 오는데, 내시경도 하고 다른 혈액검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자주 체하거나 지속적으로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다고 호소한다.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이상이 없고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명하게 된다. 이는 상복부에서 시작하는 위장장애로 소화성궤양이나 위장관의 악성종양, 역류성 위식도 질환, 췌담도 질환 등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뚜렷한 원인 질환이 없으면서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는 위염과 관련된 것, 소화 운동 장애 등으로 원인과 증상이 분명치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 아직까지 그 병태생리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논의가 진행되어오고 있다. 특히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서 더 흔하다는 보고도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진단은 ‘로마기준’에 따라 다음에 해당되면 진단할 수 있다. 1) 명치 부근의 동통이나 불편감이 적어도 6개월 이전부터 시작되어 최근 3개월 간 증상이 있고, 2) 병력청취, 진찰, 검사 등에서 증상을 일으킬만한 기질적 질환이 없어야 한다. 이에는 식후에 주로 증상이 발생하는 ‘식후 불편감 증후군’과 주로 상복부에 증상이 나타나는 ‘상복부 통증 증후군’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정의에서도 나와 있듯이 우선 증상을 일으킬 만한 질병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찾기 위해 내시경 검사나 혈액검사 혹은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혈액 검사에서 뚜렷하게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없어서 혈액 검사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다. 간혹 헬리코박터가 있는 경우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서양에서는 제균 치료 시 증상이 완화된다는 연구도 있기에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가 나오게 될 경우 제균 치료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헬리코박터 감염 수가 서양에 비해서 많고 아직까지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고 있지 않아 적극적인 제균 치료가 권장되고 있지 않다. 때문에 헬리코박터 검사만 하거나 제균 치료를 우선으로 하는 것보다는 일차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치료는 우선 환자의 식습관이 올바른지를 확인한다. 식사 시간이나 양, 음식의 종류가 불규칙하지 않는지, 간식을 많이 먹지는 않는지를 확인한다. 고지방식이가 이러한 소화불량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고지방식이를 줄이는 것이 좋다. 콩이나 양파, 커피나 탄산음료, 초콜렛의 섭취도 악화시킨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를 요하며, 밀가루 음식이 쌀 음식보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빵이나 면보다는 밥이 더 좋다. 

약물 치료로는 흔히 위산 분비가 많을 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위산을 억제 시켜주는 약물을 쓰거나 혹은 위장관 운동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위장관 운동 개선제를 쓴다. 간혹 환자분들 중에 정신과 약이 소화 장애에 쓰인다고 가져오는 분들이 있는데, 이러한 기능성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다양한 정신사회적 요소가 관련이 되어 있어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 약물로 쓰기도 한다. 흔하게 동반되는 정신질환으로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형 장애가 알려져 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기존의 소화기계 약물에 정신과 약물을 함께 썼을 때 더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특히 노인 환자에서 고용량의 정신과 약물을 장기간 썼을 경우 수면장애나 낙상, 기타 약물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만약 약에 대해서 궁금할 경우에는 직접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이 좋고, 실제로 이러한 소화장애가 스트레스나 정신적 이상과 관련이 있는지 우선 환자 스스로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심호흡이나 휴식, 바이오피드백 등의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과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서 환자마다 다양하게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민간요법에서 더 효과를 보기도 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병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언제 좋아졌는지를 환자 스스로도 기록하고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겠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